[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9.12.1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트위터 캡처
우크라 전쟁, 유라시아 제국…푸틴의 망상 부추긴 ‘푸틴의 브레인
‘올해 60세 알렉산드르 두긴의 유라시아 구상:
중국은 해체돼야 …러시아의 극동 파트너는 일본
러시아의 무리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이 되면서, 애초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침공과 동부 돈바스 지역의 사실상 병합을 부추겼던 러시아의 정치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60)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두긴은 1997년 600쪽에 달하는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책을 냈다.
더블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광활한 유라시아 제국의 건설을 꿈꾸는 두긴의 생각은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치엘리트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 책과 평소 지론을 통해, 영국을 유럽연합(EU)에서 떼어내야 하며, 독립국가 우크라이나는 극도로 위험하고, 독일의 러시아 자원 의존도를 심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또 미국의 인종∙종교적 분열을 부추기고 고립주의 성향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실제로 지난 20년간 푸틴의 국제정치 ‘각본’이 됐다.
그래서 과장됐다는 일부의 평가에도, 두긴은 이후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렸다.
일각에선 반대로 푸틴의 ‘라스푸틴(제정 러시아 말기의 황당한 궁정 예언가)’라고 비꼬기도 한다.
푸틴의 철학가, 브레인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왼쪽). 그러나 일각에선 그를
제정 러시아 말기에 황제의 신임을 배경으로 폭정을 일삼은 황당한 예언가
그레고리 라스푸틴(오른쪽)에 빗대기도 한다./위키피디아
두긴의 ‘유라시아 구상’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과 일본의 역할이다.
러시아∙중국의 외견상 ‘밀월(蜜月)’ 관계에도 불구하고, 두긴은 중국은 러시아의 유라시아 제국을 위해 결국 ‘해체’돼야 하며, 극동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주니어 파트너는 일본이라고 봤다.
◇소련 해체 후 새로운 이념 찾아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는 새로운 이념에 목말랐다.
1996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20세기 러시아를 보면, 왕조주의∙전체주의∙페레스트로이카∙민주화를 밟았고 각 단계마다 이념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때 러시아의 연약한 모습에 실망한 일군(一群)의 학자들은 ‘러시아의 이름으로 합의’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러시아의 과거 ‘영광’을 되찾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은 ‘강력한 중앙정부’라는 러시아 전통에서 답을 찾았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1999년 12월31일 대통령 직무대행이 된 푸틴은 이 ‘러시아의 이름으로 합의’에 속한 학자들과 연을 맺었다. 그에겐 러시아 경제와 정치체제의 안정화라는 급선무가 있었다.
때마침 고(高)유가의 도움으로 경제는 살아났고, 2000년대말 푸틴은 옐친이 애초 찾았던 ‘러스키야 이데야(러시아의 사상)’의 문제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푸틴은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라는 기존의 틀이 아니라, 러시아 고유의 법칙과 도덕성을 통해 부활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회와 결탁했고,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서방의 자유주의 성향을 배격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보수주의는 서방의 보수주의와는 정반대였다.
국가 권력을 옹호하고 개인은 국가에 복종∙봉사해야 한다.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보수주의는 기본적으로 ‘유라시아주의(Eurasianism)’이었다.
애초 1920년대 러시아의 망명 지식인들이 불을 피웠고, 두긴이 되살린 신(新)유라시아주의와 맞아 떨어졌다.
◇볼셰비키 혁명의 망명자들이 ‘유라시아주의’ 펼쳐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 이후 유럽으로 망명한 러시아 지식인들은 러시아를 ‘유럽 문명의 지진아’로 보는 서구화주의자들이나, 러시아 전체를 계급투쟁을 통해 개조하려는 볼셰비키주의자 모두 배격했다.
니콜라이 트루베츠코이를 비롯한 이들 지식인은 “러시아는 고유의 발전 경로와 역사적 사명을 지닌 나라로서, 유럽∙아시아 양쪽의 기질을 갖춘 새로운 문명과 권력의 핵(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는 궁극적으로 몰락하며, 러시아가 세계의 대표 국가가 되는 때가 온다고 믿었다.
1921년 이들은 ‘동방으로의 탈출(Exodus to the East)’이라는 이념집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러시아 지배자는 영토 확보의 필요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변경의 위험한 인구∙민족은 동화시켜야 하며, 지도자는 반드시 제국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나 개방 경제, 지방 정부, 세속적 자유는 매우 위험하고 수용할 수 없었다.
◇유라시아주의자들의 모델은 징키스칸
따라서 이들 망명 지식인에게, 18세기 러시아 제국을 세우고도 서구화하려고 했던 표트르 대제(1672~1725)는 ‘역적’이었다.
오히려 칭키스칸 제국이 러시아에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이며, 피라미드식 복종과 통제 체제라는 교훈을 제공했다.
이 유라시아 주의는 1990년대말 러시아의 새로운 이념을 찾는 캠페인에서 다시 부각됐다.
푸틴과 같은 ‘애국주의자’들에게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
◇두긴의 등장: 세계는 로마(러시아)와 카르타고(영국∙미국)과의 싸움
알렉산드르 두긴은 1991년 ‘대륙들간 전쟁‘이란 팜플렛을 내 유명세를 얻었다.
두긴에게 세계는 두 글로벌 파워의 지정학적 투쟁이었다.
한 편은 국가주의∙공동체∙이상주의∙바다 문명∙공동선(善)을 우선하는 ‘영원한 로마’이고, 다른 편은 개인주의∙무역∙물질주의에 기초한 ‘영원한 카르타고’였다.
‘영원한 로마’ 러시아와 ‘영원한 카르타고’ 미국∙영국 사이에 공존(共存)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선,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다수와 국가 주도 경제, 준(準)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사회 가치에 복종시키는 보수적 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나야 한다.
푸틴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두긴이 1997년에 낸 책 '지정학적 기초'의 표지.
두긴은 이 책에서 "중국은 가능한 한 최대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말 그는 러시아 전체 극우 진영의 지적 지도자가 된다.
1997년 그가 낸 책 ‘지정학의 기초: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는 러시아 군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긴, 1920년대 유라시아주의를 흡수 발전시켜
고전적 유라시아주의자들처럼 두긴도 기본적으로 서구∙자유주의에 반대하며, 전체주의∙이상주의∙사회적 전통을 주창한다.
그러나 두긴의 신(新)유라시아주의는 고전적 유라시아주의보다 범위가 훨씬 크다.
고전적 유라시아주의는 동쪽의 만리장성에서 서쪽의 카르파티아 산맥(루마니아-폴란드)에 그쳤다.
두긴이 꿈꾸는 유라시아 제국은 구(舊)소련 국가들을 품고, 지금의 EU(유럽연합) 국가들은 이 제국의 보호령이 된다.
동쪽으로는 만주∙신장∙티베트∙몽골까지, 남서쪽으로는 인도양에 닿는다.
두긴의 이 세계관에서 미국은 “서로 다른 형질이 하나의 생물체에 사는 괴물(chimera) 같은 존재로, 이식(移植)된 문화를 가진 주제에 타(他)대륙에 반(反)인종적∙반(反)전통적 바벨론과 같은 모델을 강요하는” 최대 적(敵)이다.
◇푸틴의 사상적 자산으로 떠올라
점차 독재자로 변모해 간 푸틴에게 두긴의 사상은 적절한 역사∙지정학적 배경을 제공했다.
푸틴은 자신의 정책 목표를 위해 두긴의 생각을 차용했다.
두긴은 크렘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TV에 단골로 출연하며 푸틴의 맹방이 됐다.
두긴은 러시아가 ‘대국’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선 개인의 자유 제한, ‘전통적’ 가족 중시, 동성애 반대, 러시아 정교회의 중요성을 필수적으로 본 푸틴의 생각을 대중화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의 이론 제공
두긴은 2014년 푸틴의 크림반도∙우크라이나 동부 침공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환영하고 기대하며 ‘제발 와달라’고 요청한다”고 썼다.
당시엔 러시아인의 65%가 푸틴의 침공을 지지했다.
두긴은 또 ‘지정학의 기초’에서 “영토적 야망을 가진 독립국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전체에 막대한 위험이 된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륙 정치를 말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썼다.
이에 앞서, 1920년대 고전적 유라시아주의를 주장한 트루베츠코이도 1927년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우크라이나인과 벨라루스인은 러시아인과 러시아정교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푸틴이 행한,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와 민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연설은 바로 이 ‘지정학의 기초’에서 온 것이었다.
◇지난 20년간 두긴의 ‘각본’대로 움직인 푸틴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그의 각본대로 움직였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시대에 더욱 두드러진 미국의 인종∙종교적 갈등과 국제적 고립주의, 나토 분열, 영국 내부의 독립주의 성향 고조, 석유∙가스∙곡물을 통한 서부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등 국제정치는 의도했든 안했든, 두긴이 주장한 대로 흘러갔다.
최소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는 그랬다.
◇우크라이나 이후 푸틴의 수순은?
두긴의 큰 꿈은 대(大)유라시아 제국의 건설이다.
두긴은 유럽이 결국 독일과 러시아 영향력 관할(zone)로 나뉘고, 러시아 자원에 의존하는 독일보다는 러시아가 더 큰 주도권을 쥘 것으로 봤다.
영국이 해체되면서, 러시아의 유라시아 제국은 더블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른다.
물론 ‘정상적인’ 사고로 볼 때, 이는 과대망상이다.
그러나 시진핑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두긴에 따르면,중국은 궁극적으로 해체돼야 한다.
러시아의 아시아 야망은 “중국의 영토적 분해, 조각내기, 정치 행정적 분할”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러시아의 극동 파트너는 일본이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두긴의 제국주의 세계관을 재조명하면서 “망상(delusion)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망상도 (푸틴 같은) 폭군들이 수용하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2022.02.28.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비전략적 핵 카드' 꺼내는 푸틴…서방 국가들 '우려'
비전략적 핵 사용 레드라인 몰라"
"비전략적 핵 요점, 전장 규칙 변경"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개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서방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핵 공격 전환 기준이 모호해 핵 사용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침공 전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과 같은 최첨단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군사 훈련을 지휘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는 서방 세계의 개입 시 "역사 상 볼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핵 부대에 '특별 전투 태세'를 확실히 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최근 두 차례나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같은 러시아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술적(비전략적) 핵 사용 전환점이 어느 지점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비전략적 핵 사용이란 위력을 낮춰 적의 군사 목표를 정밀 타격하거나, 국지적 수준으로 핵공격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페트르 토피치카노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는 러시아 지도부가 전술적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는 레드라인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면서 "러시아 지도부는 모호함의 가치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지도부가 어떤 종류의 정보를 얻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러시아 지도부가 얼마나 합리적인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모호함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타격 가능성이나 위협 고조와 관련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마라톤 정책 이니셔티브의 설립자 엘브리지 콜비는 '점차적 감소를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으로 알려진 원칙에 기초한 비전략적 핵 공격의 요점은 전장에서 규칙을 바꾸는 것이고, 상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푸틴은 재래식 부대의 전투를 보호하기 위해 더 작은 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목표물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진짜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 시기 비전략적 핵무기의 사용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올해 초 발간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 대한 핵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로 인한 러시아군의 쇠락 이후 비전략적 핵무기 등 핵 관련 무기에 크게 의존해 왔다고 한다. 특히 2008년 푸틴 대통령의 군 현대화 이후 핵무기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중심 축으로 남아있고, 러시아는 미국과 대등한 존재감을 갖게 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비전략적 핵무기 사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면적 핵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중이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 과학자연맹 핵 정보 프로젝트 책임자는 비전략적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전면적으로 빠른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 모두 전면적인 에스컬레이션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방법을 찾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80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방관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wrcmania@newsis.com
27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기 위해 열린 자선 콘서트 관객들이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모습에 빨간색 줄을 그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아프가니스탄”…푸틴 정권 몰락의 신호탄 될까
교착 지속에 80년대 아프간전 비교 시각
전쟁 동기, 주변 상황, 국제 동향 비슷
‘10년 수렁’ 아프간전 소련 몰락 재촉
‘자멸의 역사 반복 가능성’ 전망까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교착 국면이 이어지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마이클 비커스 전 미국 국방부 차관은 27일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을 “붉은군대가 사상 처음으로 패배한”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비유했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군사요원으로 1979년 발발한 전쟁의 아프간 저항세력 지원을 담당했던 그는 경제 제재와 국제적 고립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비커스 전 차관은 소련군은 1980년대에 아프간에서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러시아군이 지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당시 소련군은 전쟁 초기에 2~3주 만에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직면해 진군이 멈췄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의 22년 통치에 처음으로 물음표가 붙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도 최근 <워싱턴 먼슬리>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아프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침공과 소련 붕괴는 밀접하게 연결됐다”며 “이번 전쟁은 푸티니즘의 종말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전쟁을 직접 비교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비슷한 점들이 있어서다.
소련은 국경을 맞댄 아프간이 서구에 접근하고 미군기지가 설치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전쟁을 개시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를 이유로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애초 제대로 맞서지 못할 것 같았지만 미국 등의 군사원조를 받으며 강한 저항을 하는 것도 아프간과 우크라이나의 공통점이다.
두 전쟁이 미국이 약점을 노출한 상황에서 시작된 것도 비슷하다.
미국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는 이란 인질 사태로 곤경에 빠졌고, 이번에는 아프간에서의 무질서한 퇴각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최대 관심은 ‘이번에도 러시아나 푸틴 정권에 몰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로 모아진다.
1980년대에 소련은 군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전쟁이 10년이나 끌어 군과 시민들 사기가 떨어지고, 그 영향권에 있던 국가들이 소련의 허약한 실체를 확인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86~89년 중앙정보국 파키스탄 지부장으로 아프간 저항 세력 지원을 이끈 밀턴 비어든도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더라도 끈질긴 무장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어든은 전쟁 개시 20일 만에 러시아군 7천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됐는데, 아프간 전쟁에서는 이 정도 전사자가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푸틴의 아프가니스탄’이란 제목의 이 글에서 전세가 지금처럼 전개된다면 “아프간 전쟁이 소련에 대해 그랬듯 푸틴 정권과 푸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소련의 영향권 회복을 위해 “역사 되돌리기”에 착수했지만 “(자멸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푸틴 대통령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드레이 니키틴
노브고로드주 지사를 만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푸틴 “돈바스 집중” 방향 전환한 3가지 이유
①시간 갈수록 경제제재로 내부 불만 쌓여
② 최대 1만5,000여 명 병력 손실… 징집 어려움
③에너지 산업 타격… 전쟁 이후 경제도 생각해야
우크라이나 전역에 포탄을 쏘아댔던 러시아군이 갑자기 “핵심 목표는 동부 돈바스”라며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전쟁 장기화로 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결과란 분석이다.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어려워진 병력수급 문제와 돈줄인 에너지 수출이 꼬인 점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침공 2개월 차에 접어든 푸틴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로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전략 수정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우선 전쟁 장기화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면서 내부 불만이 증폭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정치분석가 타티나야 스타노바야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 제재 여파는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궁지에 몰린다”고 진단했다.
거의 모든 국제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으면서 생필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루블화 가치 폭락과 금융 거래 제한 등으로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체감 경기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쟁 장기화는 곧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발 고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를 향해 “이 사람은 권좌에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부 불만을 낮추는 방안으로 승리가 불확실한 전쟁 확대보다는 적어도 병합 가시권인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목표를 수정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의 병력수급도 요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부딪힌 러시아군은 이미 많은 병력을 잃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 서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나를 침공한 지 한 달여 만에 7,000~1만5,000여 명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군의 사기저하로 이어져 푸틴 대통령이 전선을 넓히고 싶어도 넓힐 수 없게 만드는 주 요인이다.
미국 버니지아주 알링턴 소재 비영리 국방연구단체인 해군연구소(CNA)의 마이클 코프만 연구원은 “대규모 병력 손실은 군 사기 저하를 일으켜, 지휘관이 명령을 밀고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쟁 지속능력을 결정하는 추가 징집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정부는 내달 1일부터 신규로 군인들을 징집하는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모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참전중인 러시아군 병사 가운데 복무기간이 지난 경우, 그들을 군대에 더 붙잡아 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러시아의 가장 큰 자금줄인 에너지 산업의 타격도 푸틴 대통령의 전략 변화를 부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련 붕괴 이후부터 현재, 미래까지 러시아의 경제 버팀목은 에너지 수출이다.
러시아는 유럽 외에도 중국ㆍ인도 등지에 석유ㆍ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판매해 왔다.
실제 침공 이전부터 국내총샌산(GDP)은 줄어들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추세였던 러시아로서는 에너지 판매를 통해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전쟁을 강행하자 서방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가했고, 이에 더해 러시아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까지 병행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5일 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27개 회원국이 가스·수소·액화천연가스를 러시아 이외 시장에서 공동구매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당장 전쟁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를 고민해야 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런 서방의 움직임은 큰 압박으로 작용, 전장 축소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 "푸틴, '한국 시나리오' 계획중.. 우크라에 북한과 남한 만들려 해"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2개의 국가로 분단시키는 이른바 '한국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27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군작전의 초점을 남부와 동부 방면으로 변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와 그렇지 않은 영토로 이분하는 상황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한국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내 점령 지역과 미점령 지역 사이에 경계선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북한과 남한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우크라이나인은 곧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니프로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진 우크라이나 영토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러시아가 드니프로 강을 기준으로 동쪽과 남쪽을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분단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 있다. LPR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가 주축이 돼 국가를 자칭하며 세운 조직이다.
우크라이나의 분석을 입증하듯, 최근 LPR은 러시아 연방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국제사회는 이들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러시아는 지난달 21일 LPR과 DPR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이들이 장악한 지역에 러시아군을 투입했다.
다만 아직 이들을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러시아 연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주민의 의사를 확인한 후 러시아 연방과 가입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후 양측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이 될 수 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 궁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서 "나토의 동맹국 간 집단방위 조항은 신성한 약속"
이리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뉴시스
바이든 "푸틴, 권좌에 있으면 안돼"…미국, 푸틴 제거 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 계속 남아 있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등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푸틴 제거로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푸틴을 “살인자” “독재자” “전범” 등으로 부르며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그의 퇴진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억압해 왔고,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민들은 절망과 어둠의 세계에서 살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제국을 건설하려는 독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람은 더 이상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푸틴의 퇴진을 직접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는 지난 16일 푸틴을 "전범"이라고 칭하며 행정부에 전범행위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그는 17일 미 의회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기념 오찬에서도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부도덕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완전 깡패이자 사람을 죽이는 독재자"라고 맹공 기조를 이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푸틴 제거를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백악관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는 미국의 전략적 의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등을 전범으로 불렀다며 이는 그들을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푸틴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 푸틴 제거로 방침을 굳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sinopark@news1.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푸틴에게 생명줄 던져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벌인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푸틴은 침공 후 이틀 내 키이우 함락을 목표로 신속한 승리를 기대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하며 개전 한 달을 넘었다.
그 사이 푸틴의 전쟁은 점점 잔혹해져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전쟁이 끝나길 기원하는 국제사회의 관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중국은 러시아를 도울 것인가’이다.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하면 러시아는 좀 더 싸울 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이 러시아를 돕지 않기로 결정하면 미국과 동맹의 ‘러시아 고사 작전’은 좀 더 일찍 결실을 볼 수 있다.
미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군사 개입에 선을 그었다.
대신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
러시아의 ‘침공’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최근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은 러시아를 도우려 한다’는 기밀정보를 공개하면서 중국의 선택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시간 가까운 통화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으로부터 지원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비용 치러도 러시아 도울 것”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쥬드 블랑셰트 중국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상황이 나빠질수록 중국은 푸틴 정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파괴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수록 중국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가 중국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ㆍ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미국에 함께 맞설 전략적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필요하므로 비록 심각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 제도를 인정하는 게 된다.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또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는 미국의 공개 요구에 중국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러시아와 4000㎞ 넘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나 푸틴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산 원유 구매 가능성
다만, 중국이 러시아를 돕더라도 군사 지원을 하거나 미국과 국제사회가 부과하는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공격 무기 대신 군사와 민간 모두에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의 부품 등을 공급하거나,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닿지 않는 분야를 공략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다.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했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 에너지 생산국이 아닌 동맹에까지 수입 금지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세우면서 줄어든 수출분을 중국이 구매해 줄 수 있다.
에너지는 러시아 최대 수출산업이며, 전쟁 비용 조달 창구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초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 직전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양국 관계를 “바위처럼 단단하다”, “한계가 없다”고 표현하며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현실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러 도왔다 시진핑 3연임에 여파
중국이 섣불리 러시아를 도왔다가 미국과 유럽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작은 러시아 시장과 사업을 하려다가 더 큰 세계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제재를 받게 되면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고, 이는 결국 오는 10월 중국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4일 벨기에 기자회견에서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바이든은 시 주석과 통화를 언급하며 "나는 어떠한 위협도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야만적인 행동의 결과로 러시아를 떠난 미국과 외국 기업 수를 짚었다"면서 "(중국은) 경제적 미래가 러시아보다는 훨씬 더 서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대러 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경우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약체 러시아가 중국에 국익” 주장도
국제적으로 소외되고, 약체가 된 러시아가 중국 입장에서 대하기 더 수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중국의 요구사항을 더 강력히 주장할 수 있고, 보다 좋은 조건에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에 더해 유럽과도 갈등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 중립국인 스위스까지도 신속하게 대러 제재에 동참한 점을 중국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다음 달 1일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중국을 얼마만큼 압박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EU, G7 동맹들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대러 지원 차단이 바이든 대통령 유럽 순방의 중요한 의제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한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이 탱크 안
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론] 푸틴의 마지막 전쟁–푸틴의 운명
나는 철학과여서인지 유난히 운명을 많이 말한다.
공자 역시 50살에 ‘하늘의 명령’(天命)을 알았다고 한다.
하늘의 명령이 바로 그의 소명이고 운명이다. 푸틴은 마치 역사의 소명을 받은 것처럼 열정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웅변했다.
1990년대에 소련이 해체된 뒤에 약속을 어기고 나토가 동쪽으로 진출했다.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바로 나토의 위협에 직면한다.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재앙이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러시아는 하나의 민족이었다.
나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남한과 북한이 통일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그의 소명은 불행하게도 많은 국민이 공감하지 못했다.
특히 침공했던 군인들이 그러했다.
왜 자신이 전투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군인들이 얼마나 열을 내겠는가?
게다가 침공 준비마저 엉성했다. 한 달이 된 현재 러시아가 이길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전쟁은 당신이 하고 싶을 때 하지만, 마지막은 당신이 빌어야만 끝난다.”
마키아벨리가 푸틴에게 하는 말이다.
문제는 푸틴은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독재자는 늘 이렇다. 예스맨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도 내기 직전인 사람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쏟아붓고, 친인척 다 끌어들여 빚보증 서게 한 뒤에, 더는 할 것이 없을 때 망하는 것과 같다.
푸틴은 극초음속 미사일 쏘더니, 이제는 생화학 무기, 심지어 핵무기까지 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전쟁은 많은 효과를 내고 있다.
⑴ 러시아는 추락하고 있다.
푸틴은 소련 해체 이후 국가 부도의 지경에 빠졌지만, 푸틴이 이끌면서 국력을 회복했다.
체첸, 조지아, 시리아, 크림반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예전 미국과 맞서던 소련의 위상을 찾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그동안 번 것을 일거에 완전히 까먹었다.
당장 푸틴의 집권 자체가 위기다.
어리석은 전쟁을 한 독재자를 그대로 둬야 하는가?
시민의 저항은 심해지고, 푸틴은 잔인하게 탄압할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번에는 러시아 내부로 번질 것이다.
총 쏘는 전쟁이 아니라, 민주화 투쟁이다.
푸틴은 “민중이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는 일은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 내부도 잔인하게 탄압할 것이다.
설사 민주화를 이뤄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은 제재 속에서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요원하다.
푸틴이 있는 한 제재가 쉽게 풀릴 리가 없다.
2차대전 때 소련은 히틀러 독일군을 대파하고 동유럽을 소련에 편입하거나, 영향권에 두었다.
이번에 지면, 그 반대로 될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 안으로 쪼그라든 후진국이 될 것이다.
⑵ 푸틴의 침공은 세계를 둘로 갈랐다.
냉전 시대에는 자본주의·민주주의 대 공산주의가 대결했다.
이번에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진영 싸움이 됐다. 중국은 러시아와 한패가 되었다.
푸틴이나 시진핑이나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겉보기는 2~3위가 1위인 미국에 대드는 형국이지만, 실제로는 독재와 민주의 싸움이다.
그 두 독재자는 민주화가 자기 국가에 퍼져 독재를 흔드는 것을 경계한다.
우크라이나는 마이단 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루면서, 서방으로 향했다.
시진핑은 홍콩을 제압하고, 대만을 침공하려 한다. ‘하나의 중국’은 개뿔, 결국 민주와의 전쟁이다.
이번 전쟁으로 유럽연합에 가입했던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도 진행될 것이다.
헝가리 등 독재가 횡행하지만, 앞으로 민주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자신들이 독립 국가인 이유를 심각하게 곰곰 생각할 것이다.
민주 진영의 블록화다.
나아가 시진핑도 대만 침공을 거의 포기할 것이다.
⑶ 하나의 유럽–푸틴의 전쟁 이전에 유럽은 지리멸렬했다.
영국은 브랙시트를 했고, 이탈리아 등도 하겠다고 떠들어댔다.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들은 전례 없이 단결해서 푸틴과 맞섰다.
유럽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
독일에서는 전례 없이 10만이 모였다.
이렇게 시위한다고 우크라이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유럽연합의 시민으로서 그들은 정체성을 확인했다.
침공 이전에는 ‘유럽의 가치’가 무엇인지 몰랐다.
푸틴의 전쟁은 그들에게 왜 하나의 유럽을 지켜야 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푸틴은 죽어가던 나토를 발딱 서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는데 나토가 무슨 소용인가?
유럽 각국은 군비를 지속적으로 줄였다. 푸틴의 침공으로 유럽은 화들짝 놀라서 나토를 강화시켰다.
트럼프가 화를 내도 GDP 2%를 국방비로 인상하지 않던 독일이 100조를 당장 투입하고 2%를 지키겠다고 한다.
2차대전의 원흉이던 독일이 재무장하는 것이다.
발트3국과 북유럽 3국, 동유럽 역시 중무장 채비로 가고 있다.
이게 과연 푸틴이 원하던 것인가?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요구하지만, 대세는 러시아의 비무장화로 가고 있다.
⑷ 국가란 무엇인가? 유발 하라리는 ‘이야기’가 국민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한다.
출애굽의 이야기는 고대 이스라엘의 민족적 정체성을 만들었다.
2차 대전 때 히틀러 독일의 무자비한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은 2000~3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주요 도시인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그), 스탈린그라드(볼고그라드)는 포위돼서 극한의 전쟁을 했다.
그러나 결국 독일을 격퇴하고 대승을 거둬 동유럽을 소련이 지배하게 됐다.
‘대 조국 전쟁’ 혹은 ‘애국자들의 전쟁’ 이것이 러시아가 2차 대전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 이야기가 러시아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레닌그라드처럼 포위된 도시들에서 싸우고 있다.
이 전쟁은 러시아와 분리되지 않던 그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시켜 줄 것이다.
후손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이것이 결국 그들의 나라이고, 지켜야 할 곳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것이다.
⑸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독재자들이 늘 그렇다.
그러나 전쟁이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히틀러의 침공에 맞서 용감히 싸운 결과 소련의 위세가 확립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의 독일은 거의 민족 멸망의 지경까지 갔다.
만약 동서 냉전이 없었다면, 독일을 완전히 해체해서 없앴을 것이다.
푸틴은 체첸 조지아 시리아 크림에서 전쟁에 승리했다.
그렇게 잔재미를 보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다.
전쟁 중독증이다.
과연 전쟁이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었는가?
지난 전쟁들에서 승리했어도 러시아는 강해지지 못했다.
이번 전쟁의 러시아 무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 그 푸틴을 막지 못한 러시아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푸틴이 일으킬 수 있는 전쟁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우크라이나를 차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잃을 것이다.
러시아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푸틴을 몰아내는 것뿐이다.
손영식 울산대학교 철학과 교수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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