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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열도 흔든 아베의 ‘핵 공유’ 발언

 

 

 

일본 ⓒ 한경닷컴,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그는 2012년 말 제2차 집권에 성공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 정책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했으나

일본 경제의 실질적인 쇠락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 한층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EPA 연합뉴스

 

 

 

 

일본도 핵 공유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해 논쟁에 불을 붙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교도_연합뉴스

 

 

 

 

 

 

 

 

유영규기자

 

 

 

 

열도 흔든 아베의 ‘핵 공유’ 발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구상이 일본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후인 2월 27일 그가 한 민영방송에 출연해 일본도 핵 공유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이 발단이었다.

 

  핵 공유는 핵무기를 동맹국과 공유해 억지력을 높이는 군사 전략을 의미한다.

미국이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일부 회원국에 자국의 핵무기를 반입해 이들 국가와 공동 운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베 전 총리는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하면서 “그때 전술핵의 일부를 남겨뒀더라도 어땠을까 하는 논의가 있다”고 핵 공유에 관해 운을 뗐다.

부다페스트 각서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두 차례 원폭 공격을 당한 일본에서 핵무기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아베는 재임 중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한다는 뜻을 반복해 표명했고, 이는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본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는 총리 재임 중 “비핵 3원칙에 관해서는 국시로서 견지하고 있으며 재검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등 비핵 3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 “핵 공유 용인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핵 공유는 일본에서 뭇매를 맞고도 남을 만한 발언이다.

아베의 핵 공유 발언 후 기시다 총리는 “비핵 3원칙에 비춰보면 일본에서 핵 공유는 용인되지 않는다” “정부가 핵 공유를 논의할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는 등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피폭자 단체나 입헌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핵 공유를 논의하자는 주장을 비판했으나 아베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이 꽤 있다.

정국은 기시다가 가리킨 것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아베의 측근 중 한 명인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국방 문제는 늘 논의해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논의까지 봉인할 일은 아니다”라며 아베를 옹호했다.

우익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도 핵 공유에 관한 논의를 요구하는 제언을 3월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만침공 우려가 ‘핵금기’ 깨

 

 핵공유 논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몫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만에 유사(有事; 전쟁이나 큰 재해 등 긴급사태가 벌어지는 것) 상황이 벌어지고 미군이 개입하면 일본은 후방 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유권자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를 피부로 느끼는 가운데, 보수·우파 정치인들이 기존에는 금기시되던 핵무기 반입 카드에까지 손을 뻗는 상황이다.

  아베는 최근 파벌 모임에서 “일본에는 비핵 3원칙이 있지만 세계는 어떻게 안전이 지켜지고 있는지 현실에 관해 금기 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 94명이 소속된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 회장을 맡은 아베의 발언은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우익단체 가세

 

  우익 단체는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극우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가 대표를 맡은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기시다 정권은 국방정책을 대전환하라’는 제목으로 비핵 3원칙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광고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실었다.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구상까지 실현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아베의 핵 공유 발언은 일본의 방위력·타격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재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세원 연합뉴스 도쿄 특파원 sewon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월간 마이더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의 '폭탄' 발언, 일본 극우의 위험한 욕망

 

 

[김종성의 히,스토리] 핵보유 외치는 아베 신조

 

 

일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전쟁 발발 전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천연가스를 유럽에 융통해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발발 15일 전인 2월 9일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 대신이 밝힌 내용이다.

 

천연가스 공급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경우에 유럽 천연가스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내린 결정이다.

전쟁이 벌어진 뒤에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3월 2일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밝힌 내용이다.

안 그래도 북아프리카 및 중동 난민들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동유럽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유럽이 새로운 난민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일본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핵 공유

또 다른 움직임도 있다. 움직임의 진원지는 아베 신조 전 총리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핵 공유'를 외쳤다.

작년 9월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외교·안보 공약으로 발표한 핵 공유 의제가 일본 극우 진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편승해 군사대국화를 가속할 의중을 표출했다.

개전 사흘 뒤인 2월 27일 후지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가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세계 3위 핵전력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핵무기를 넘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그때 전술핵을 일부 남겨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논의도 있다"라며 미국과의 핵 공유와 관련해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내다보고 논의해야 한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미국이 씌워주는 핵우산에 만족하지 않고 공유 형식으로나마 핵무기를 가질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비핵화한 뒤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닷새 뒤인 3월 4일에도 이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자민당 내 아베파 파벌 모임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지만, 만일의 사태의 절차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비핵 3원칙을 기본 방침으로 한 역사의 무게를 충분히 되새기면서 국민과 일본의 독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의 제조·보유·반입을 불허한 1971년 중의원 비핵 3원칙 결의를 염두에 두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비핵 3원칙의 무게를 되새기자는 부분보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부분에 방점이 찍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2021.9.3 ⓒ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7일 참의원에 출석해 핵공유에 관해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발언했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는 5일 "위기를 이용해 핵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일본을 이끌어가는 극우 정치인들은 기시다나 이즈미가 아닌 아베 신조에게 동조하고 있다.

자민당 극우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제3당인 일본유신회 정치인들도 핵 공유를 지지하고 있다.

핵공유를 본격 논의하자는 일본유신회의 제안이 지난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에게 전달됐다. 앞으로는 북핵이 아니라 '일핵'이 동아시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우려를 갖게 하는 현상이다.

핵 공유는 핵을 단독 소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공유한다 해도 일본이 핵을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다. 이 점은 미국 핵무기가 공유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 나토 홈페이지(www.nato.int)의 설명 자료인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 항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유된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미국을 비롯한 나토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의사가 결정적이다.
핵 공유라고는 하지만, 관리나 통제는 물론이고 배치 장소 변경도 미국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미국 이외의 공유국에게 주어진 권한은 핵무기 사용이 결정된 뒤에 자국 공군기로 핵탄두를 실어 적국 영토에 떨어트리는 일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공유국이 '악역'을 맡도록 돼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핵 공유가 그렇게 운용돼 왔기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는 아베 신조가 그런 식의 핵 보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궁극적 목표가 일본 단독의 핵 보유는 아닌지 의심된다. 

중요한 것은 단독 소유든 공유든 핵 보유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제9조에 더 이상 얽매이기 싫어할 뿐 아니라 핵 없이 적대국들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일본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가문의 내력

그런데 아베 신조의 핵 공유 주장, 정확히 표현하면 핵 보유 주장은 그의 가문 내력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정신적 구심점 중 하나인 기시 노부스케(1896~1987) 전 총리는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이지만, 실제로는 '친'이냐 '외'를 가릴 필요가 없는 그냥 할아버지다.

 

기시 노부스케의 국회의원 지역구가 사위인 아베 신타로를 거쳐 외손자인 아베 신조에게 승계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신타로 및 신조 부자는 기시 노부스케의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의원직이 사실상 세습되는 일본에서는 정치 역시 가업이다.

 

이것을 이어받았으므로 기시 노부스케와 아베 신조는 '친'이냐 '외'냐를 가릴 필요가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 1961년 당시의 기시 노부스케.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2013년도 한국 국회사무처 연구용역 보고서로 작성된 <현대 일본 보수정당의 핵무장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 시절인 1957년 5월 7일 참의원에 출석해 "자위권을 뒷받침하는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이라면, 나는 설령 핵무기라는 이름이 붙더라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헌법의 해석상 갖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지금 당장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일본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핵보유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시는 공유가 아닌 단독 보유를 언급했다.

똑같은 발언이 총리 퇴진 1년 4개월 전인 1959년 3월 2일에도 나왔다.

 

이때도 참의원에 가서 "방위용 소형 핵무기는 합헌"이라고 발언했다.
1950년대에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

핵무기로 일본을 제압한 미국으로서는 일본 핵 보유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이 일본의 핵 보유 가능성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에도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는 핵 공유가 아니라 단독 핵 보유를 주장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그 같은 열망이 1945년 이후에 비로소 생긴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핵공격을 받고 몰락한 경험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발판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군국주의 시절부터 일본 극우세력은 그런 열망을 품었다.

핵무기를 앞세워 대동아공영권을 수립하려는 열망이 1945년 이전에도 있었다.

위 보고서에도 설명됐듯이 일본 육군은 1940년부터 핵무기 연구를 개시했다.

해군도 그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해군) 함정본부는 교토제대에서 원자핵 실험을 행하고 있던 아라카쓰 분사쿠 교수에게 원폭 연구를 의뢰하였다"라고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개발 계획은 맨해튼 계획(Manhattan Project)으로 불렸다.

일본 육군의 핵개발 계획은 '니호 연구(ニ號 硏究)'로 불렸다.

개발 담당자인 핵물리학자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 ニシナ ヨシオ)의 가타카나 앞 글자를 딴 명칭이다.

해군의 핵개발 계획은 'F 연구'로 지칭됐다.

핵분열을 가리키는 fission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트리는 바람에 좌절되고 말았지만, 일본 극우세력은 이미 그전부터 핵개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 DNA가 기시 노부스케를 거쳐 아베 신조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맞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위험한 욕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김민정 기자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 유력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일본, 42년만에 경상수지 적자 전망…악순환 진퇴양난

 

 

 

일본 경제가 올 들어 휘청거리고 있다.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운데 원자재 수입 가격 급등으로 경상수지가 1980년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작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56%로 G7(주요 7국) 가운데 재정 상태가 최악이지만 수십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발판 삼아 엔화 가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엔저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빠른 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국과 달리 일본이 여전히 ‘제로(0)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엔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환율이 달러당 116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5달러일 경우 2022회계연도(올해 4월부터 내년 3월)에 경상수지 적자가 8조6000억엔(약 85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9일 보도했다.

일본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차 오일쇼크 후폭풍에 시달린 1980년이 마지막이다.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경고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10일 1달러당 엔화 환율은 124.3엔으로 니혼게이자이의 전망치를 넘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8일 배럴당 98.26달러로 낮은 상태지만 3월 초 120달러까지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과 비슷한 대외 여건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는 달러당 환율이 120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일 경우에는 일본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16조엔(약 158조원)까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油價)가 오르고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해외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이미 일본은 지난 1월 1조1887억엔(약 11조7600억원)의 적자를 봤다.

2월에는 1조6483억엔(약 16조30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흑자 규모는 1년 전보다 42.5%나 줄었다.

 

일본 언론들은 “경상수지가 2월 흑자로 돌아선 건 계절적 요인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으로부터 국채 이자를 받는 달이고, 중국이 춘절(春節·설) 연휴에 수입을 단기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주요 25국 중 엔화 하락 폭 둘째로 커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분기에 5.7% 하락했다.

1분기에 주요 25국 화폐 가운데 엔화 하락 폭은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둘째였다.

위기 시 엔화 가치가 오른다는 ‘엔화=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고 있다.

 

엔화 가치는 3월 말 한때 달러당 125엔까지 밀린 적도 있었다.

2015년 달러당 125엔이 됐을 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더 이상 엔저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달러당 125엔이 이른바 ‘구로다 라인’이라고 불렸는데, 7년 만에 다시 구로다 라인에 닿을 정도로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라 100엔당 원화 환율도 이달 들어 980원대로 떨어졌다.

 

과거에는 엔저가 두드러질 때마다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오르곤 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닛케이지수는 이달 들어 3% 하락했다.

미즈호은행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주력 기업 생산 시설이 대거 해외로 이전해서 과거와 같은 엔저의 유리한 점은 활용하기 어렵게 됐고, 엔저로 일본 국민의 구매력이 저하돼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불리한 점은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원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달러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자 연초 일본에서 배당을 받은 외국인들이 일본 내 재투자를 하지 않고 투자금을 빼가며 엔저를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장기 저성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여전히 0%대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막대한 국채 이자 부담이 커져 재정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 엔과 미국 달러 지폐 © AFP=뉴스1

 

 

 

 

 

러 루블화만큼 추락한 엔화…저성장·우크라 전쟁에 日경제력 상실

 

 


일본 엔화가 20년 만에 최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저의 근본적 배경에는 일본 경제력과 경쟁력의 상실이 자리한다.
10년째 지속중인 이례적 대규모 통화완화에도 성장은 물론 인플레이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때 번성했던 제조업은 위축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수입물가 압박은 심해졌다.
엔화는 위기에 빛나는 안전통화의 매력조차 사라지면서 거의 누구도 원하지 않고 모두가 팔아 치우는 돈 취급을 받는 수모를 겪고 있다.

◇엔저 가속화…전쟁 일으킨 러' 루블만큼 떨어져

15일 우리시간으로 오후 3시 26분 기준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0.54% 올라 126.55엔으로 움직였다. 2020년 5월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엔화 매도세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서도 독보적이다.

 

엔화는 올 들어 9% 가까이 떨어졌는데 유로(-3.4%) 영국 파운드 (-2.5%)등 다른 주요 선진국의 낙폭과 비교해 단연 두드러진다.

 

엔화 낙폭과 비슷한 통화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강력한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루블(-9.8%)이다.
전쟁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나라의 돈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며 엔화가 팔리고 있는 것이다.

달러 뿐 아니라 다양한 통화 대비 종합적 구매력을 보여주는 환율은 50년 만에 최저다.

지난 2월 엔화의 실질실효 환율은 67.55로 1972년 6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저성장의 일본 통화 매력 없다"

외환시장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경기가 좋은 나라일수록 해당국 통화의 매력도는 높고 몸값이 오른다. 하지만 일본은 잃어 버린 수 십년을 보내며 불황이 장기화했고 경제는 좀처럼 옛날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난 강하게 반등하는 사이에도 일본 경제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대규모 통화완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잠재성장률은 2013년 0.9%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0.4%로 하락했고 2021년 0.5%에 그쳤다.

미즈호은행의 가라마 다이스케 애널리스트는 "성장력이 낮은 일본의 통화인 엔은 자산으로서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 번성했던 제조업 약화…日직접투자 미국의 1/10

경제구조의 변화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한 때 일본은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해 무역흑자를 벌어 들였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외화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엔화로 바꾸면서 대거 달러를 파고 엔을 사는 수요에 힘입어 엔화는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엔고와 일본현지 시장의 축소로 제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하면 엔화 수요가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직접투자는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태국과 한국보다 적다.

저성장의 일본에 투자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우크라 전쟁에 무역적자…"엔 매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같은 원자재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이 치솟으며 무역적자로 이어져 일본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브라질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신하는 자원수출국으로서 무역수지가 개선될 전망에 브라질 통화 레알이 급등하는 것과 정반대에 엔화가 서 있는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지지통신 역시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일본에서 달러로 원유 등을 수입하기 위해 실수요자의 엔매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엔을 매수할 이유가 없고 연내 환율이 130엔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김민정 기자

 

 

 

 

신냉전' 시대 몸집 불리는 일본…한국의 안보 전략도 시험대

 

 

 

오커스(AUKUS), 일본에 참가 제안?   어제 아침부터 외교가의 주목을 받았던 뉴스가 있었다.

미국, 영국, 호주의 군사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3국이 일본에 오커스 참가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타진했다는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다.

 

이를 인용한 국내 보도도 이어졌는데 이후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는 보도 내용을 곧바로 부인하긴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특히 아베 전 총리 세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내 산케이 신문의 위치를 생각하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해당 보도를 완전히 없는 얘기를 만들어낸 걸로 보긴 어렵단 얘기도 일각에선 나온다.

 

보도를 접한 외교부에서도 현지 공관을 통해 일본 정부 내 분위기를 살피며 진위 파악에 부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내 '아베파'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일 가능성을 꼽고 있다.

 

오커스는 외교 안보와 관련된 사이버 공격 대응,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 협력,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과 보유를 지원하는 군사 안보 협의체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면서 요격도 어려워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받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이달 초 발표해 "아시아판 나토냐"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도 바로 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오커스가 일본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오커스는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됐지만, 이처럼 논의되고 있는 협력의 수준을 놓고 보면 비교적 강력한 군사 안보 협의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 견제'라는 목표도 상당히 뚜렷하다.

 

그런 만큼, 명목상으로나마 '평화헌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오커스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들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를 하고 있는 일본이 오커스 정도 수준의 다자 군사 동맹에 들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참관의 형태는 가능하겠지만, 오커스에 정식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일본으로선 국내외적 제약을 뛰어넘기 어려워 보인다"고 산케이 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 외교 소식통도 "오커스 자체가 아직 발족 6개월 밖에 안 돼 조심스럽게 협력 분야를 설정해나가는 상황으로 안다"며 "일본에 참가를 제안했단 보도는 예상치 못한 소식이고 지금으로선 신빙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군사·외교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하려는 일본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외교,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을 적극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는데 일본이 주력하고 있는 만큼, 오커스 참가 제안이 있었다는 정부 소식통 발언을 인용한 보도도 그 일련의 흐름의 하나로 읽어야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 비록 평화헌법 수정에는 실패했지만, 더 이상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동맹국들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안보법제를 도입했다.

 

2015년엔 평화헌법에 대해서도 이 같은 취지의 새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집단 자위권 행사의 길을 열어뒀다.

이번 보도에서도 아베 전 총리 이래로 이어진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몇 년 간 양자·다자 군사 훈련을 늘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2015년부턴 쿼드 국가들과 함께 합동 해상 훈련을 펼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영국, 최근엔 중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호주와도 공동 군사훈련 협정을 맺고 연합 공중훈련을 펼치는 등 양자 군사 훈련을 늘려 가고 있다.

 

지난 해엔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4개국과 일본 앞 바다에서 중국을 겨냥해 연합 상륙 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수 방위 원칙이 있긴 하지만 아베 전 총리 이후로 실질적으로는 공격적인 훈련들도 잇따라 시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은 거의 와해된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군사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두드러진다.

미국이 빠진 아시아 태평양 다자 자유무역협정 CPTPP도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세계 해상 보안 기관 회의, 태평양 도서국 회의도 모두 일본이 주도해서 추진되고 있다.

독도 등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간과할 수 없는 회의체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선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연대의 목소리도 적극 내고 있는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최근 폴란드를 방문해 난민 20여 명을 전세기에 태워 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간 일본이 난민 수용에 가장 폐쇄적인 정책을 갖고 있는 국가로 손꼽혀 왔던 걸 생각하면, 존재감을 높이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이는 면도 있다.

외신에서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선 지난 12일 일본 정치권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재무장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NYT)를 내기도 했다.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방탄조끼와 방한복, 천막, 카메라, 비상식량, 발전기 등 비살상용 군사 장비를 제공한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군사물자 수출 허용 규칙인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까지 수정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결정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공수 물자에 비견할 순 없지만, 이번 군사 물자 원조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에 새긴 '평화주의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있어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이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질 수 있는지(적기지 공격 능력)"를 놓고 국내에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은 왜?…우리의 전략은?

일본의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의 이유가 뭘까.

 

 

 

 

 

 

 

 

 

우선,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국제사회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아베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일련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인도 태평양 전략'을 미국이 처음 꺼내 든 용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 일본 아베 전 총리가 처음 만들어 낸 용어다.

 

아베 전 총리는 2007년 인도 국회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 이래로 2016년 8월 제6회 아프리카 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성장 추세가 현저한 아시아와 잠재력이 풍부한 아프리카라는 2개 대륙,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태평양과 인도양이라는 2개 해양"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법의 지배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실현하고 활발한 경제 사회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겠다고 주장했다.

또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개념을 꺼내 들어 일본이 국제 공헌을 확대해 미국과 별도로 국제질서와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엔 미국에 대한 일본의 불안감도 녹아 있다고 전문가는 평한다.

미일 동맹이 약화되거나 아시아 태평양에 대한 관여를 후퇴시킬 때를 대비해 미국을 제외한 다양한 국가들 간의 안보 네트워크를 확대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때문에 동맹에 의존해선 안 된다, 자체적인 억지력을 갖겠다는 의지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분출됐다고도 했다.

 

올해 일본 내에서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강조하며 GDP의 1% 이내로 묶인 방위 예산을 크게 증액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범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통국가'가 되겠다는 일본 정부의 집요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외교 전략을 세울 것이냐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화로 세계는 신냉전 질서로 재편되고 있고, 일본이 각종 군사적·비군사적 국제 질서의 주도권을 틀어 쥐고 세력 확장을 해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선 새 정부가 출범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의 국제 정세를 두고 "하루 하루의 모습이 생물처럼 바뀌고 있는 그야말로 변화의 한복판"이라며 "외교 전략을 짜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새 정부는 쿼드의 분야별 워킹 그룹 참여 의지도 밝히고, IPEF에도 적극 참여하겠단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인도 태평양 전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강화로 북한의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단 의지겠지만, 인도 태평양 전략이 명확히 중국 견제의 성격을 띠고 있고, 중국도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남북 관계 해결을 위해 중국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대중 관계 설정이 차기 정부의 중요하고도 골치 아픈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 두기도 어려워질 수 있겠다.

 

 

 

 

 

 

 

 

 

 

이기태 연구위원은 "지금의 세계 정세 속에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빠지는 것은 한국이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인도 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균형 잡힌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 태평양 전략의 용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본은 아베 전 총리가 당초 들고 나왔던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인도 태평양 구상'으로, 지금은 '구상'이란 용어도 빠져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OIP)'으로 용어를 외교적으로 변주 해 오며 대중국 견제의 색채를 약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한쪽의 질서에 편입하는 동시에 다른 쪽과도 우호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게 너무 어려워 진 신냉전 시대의 초입이다.

새 정부에게 창의적인 외교적 묘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김민정 기자 
출처 :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