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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홍콩 일국양제...누가 행정장관 돼도 다를 바 없다

 

 

 

전인대 개막식 열린 인민대회당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최고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3.10.

 

 

 

 

 

 

 

홍콩 전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 일국양제...누가 행정장관 돼도 다를 바 없다

...

 

20~30대 "관심없다. 우린 선택권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

공안정국 강화 우려…"주택문제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우리는 행정장관 선거는커녕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위원회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대통령을 직접 뽑는 한국이 부러울 뿐입니다."

20대 홍콩인은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닫았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주축이었던 홍콩의 20∼30대 대부분의 반응은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경제 성장의 혜택이 젊은 층에도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30대 D씨는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 출신이 행정장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말을 아꼈다.

 

기자가 접촉한 홍콩인들은 행정장관 선거와 존 리 전 부총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일단 주춤했고, 이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의견을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달라진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홍콩에서 외국 언론과의 접촉은 더욱 민감한 영역이 됐다.

홍콩의 한 회사 직원 8명에게 동시에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이들 8명은 잠시 의견을 나누더니 "관심없다.

어차피 존 리가 될 거고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저항감이 기저에 깔려 좋다, 싫다 말조차 하기 싫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 출신 강경파 행정장관의 탄생을 앞두고 홍콩 일각에서는 공안정국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 친중 기업가 류몬홍은 지난 14일 '싱크차이나' 기고에서 "중국 정부가 존 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국, 서방과 화해하겠다는 환상을 버리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정 중국 부총리가 홍콩 행정장관의 3가지 자격으로 홍콩 통합, 주택 문제 해결, 국제금융허브로서의 지위 유지를 꼽았다"며 "이 3가지를 볼 때 누구도 존 리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그로부터 한 달 뒤 경제·금융·민생 경력이 없는 경찰 관리 존 리가 중국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정세 속 개혁·개방,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국제금융센터, 여론은 모두 두 번째가 됐다.

홍콩에서 최우선은 국가안보와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전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의외로 금융권에서는 큰 우려를 하지는 않는 듯했다.

어차피 홍콩이 예전의 자유는 누릴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신임 행정장관이 주택 문제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50대 금융인 E씨는 "경찰 출신 및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존 리는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 주변에서는 경찰국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리 전 부총리가 행정 경험은 부족한 듯 보이나, 홍콩의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50대 금융인 F씨는 "홍콩인들은 기본적으로 실리적인 사람들로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이 공급된다면 신임 행정장관이 경찰 출신인 것에 큰 거리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반정부 시위들은 기본적으로 주택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올해가 홍콩 반환 25주년이라 중국에서 이에 맞춰 홍콩에 나름 큰 혜택을 주는 시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렁춘잉 장관이나 현 캐리 람 장관 모두 홍콩 4대 그룹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오며 나름 엮인 것들이 많았는데 경찰 출신인 신임 장관은 이런 것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오로지 중앙정부의 지시만을 따를 것이기에 홍콩인들은 주택 보급 측면에서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F씨는 "다만, 이전 행정 장관들과 비교해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많은 홍콩인이 떠났지만, 여전히 홍콩 시민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보유한 상황에서 통제 수준이 임계점에 다다를 경우 추가적인 인적자원 유출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홍콩 TV를 통해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행정장관 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2022.4.20. pretty@yna.co.kr

 

 

 

 

 

 

(EPA=연합뉴스) 2019년 6월 12일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4.20.

 

 

 

 

 

 

홍콩 일국양제 누더기" vs "일국양제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

 

 

 

 

홍콩 '일국양제' 두고..활동가·정치인·기자 3인의 의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자 국제 금융허브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중국과 다른 '고도의 자치'를 누려온 홍콩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친중 강경파 공안통인 존 리의 행정장관 취임은 홍콩의 중국화 가속화를 예고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과 친중 진영, 언론계 인사 3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1일 홍콩 반환 24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존 리 홍콩 정무부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4.20.

 

 

 

 

 

"교도소·법원·언론만 중국과 조금 달라"

 

익명을 요구한 한 활동가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이미 누더기"라고 표현했다.

다만 그는 "홍콩이 아직은 중국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며 "교도소가 다르고, 법원 체계는 유사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다. 언론도 중국 본토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콩인들도 중국인들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

상하이의 현 상황과 비교해 홍콩은 좀 더 운이 좋다"고 했다.

코로나19 통제를 이유로 갑자기 도시가 봉쇄된 상하이와 달리 홍콩은 논의는 있었지만, 봉쇄나 강제 전수 검사까진 가지 않은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이 활동가는 "그러나 홍콩의 많은 이들이 경찰국가에 살고 있다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그들은 출국금지가 될 수 있다.

또 그들은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교도소와 법원, 언론의 모습이 계속 유지된다면 일국양제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의 홍콩과 비교하면 많이 퇴색된 것"이라며 "그토록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안 좋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 진영의 운명은 암울하고 언론계는 위험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많은 이들이 그만두고 홍콩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이번 행정장관 선거에 매우 우려했고 어떠한 모험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쟁 없이, 친중 진영 내 논쟁 없이 단독 후보를 내세웠다"며 "중국 정부가 존 리를 선택한 것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게 국가안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 금융허브 지위는 두 번째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미국, 영국과의 충돌로 인해 분란에 휘말릴까 우려하고 있어 강경파가 홍콩을 이끌길 원했다"고 봤다.

이 활동가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거듭 당부하며 "당국이 '레드 라인'을 침범했다고 생각하는 코멘트로 체포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입장신문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12월 29일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론슨 챈 홍콩기자협회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4.20.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했을 때와 지금은 매우 달라"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론슨 챈 홍콩기자협회장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나는 당시 중국의 일국양제 약속을 믿었다"며 "중국 정부는 분명 그 당시 홍콩을 좋게 만들 상당히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고 나는 지금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지만 현재 상황은 1997년과 매우 다르다.

약속의 내용이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모두가 최근 홍콩에서 벌어진 일을 지켜봤기 때문에 (일국양제의 변화에 대한) 내 확인은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사람들이 다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민주 진영에서 벌어진 일, 최근 6개월간 언론계에서 벌어진 일을 봤을 것 아닌가.

우리는 빈과일보, 입장신문, 시티즌 뉴스의 폐간을 봤다.

해당 매체의 간부들은 체포돼 보석 허가도 받지 못한 채 몇 개월씩 구금돼 있다"며 "홍콩 기자들은 현재 상황과 홍콩의 자유, 특히 언론의 자유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오는 23일 총회를 열고 협회 해산 등을 포함해 협회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챈 회장은 "지난 몇 개월간 언론계에서 벌어진 일에 기자들이 놀랐고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며 "협회가 계속 일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자들이 의견을 말하고 경청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번 행정장관 선거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할 위치가 아니라며 답을 거부했다.

 

 

 

 

 

 

 

 

[EPA=연합뉴스] 2019년 6월 12일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4.19.

 

 

 

 

 

 

"서방이 주장하는 자유와 권리의 박탈 보지 못해"

반면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의 홀든 초우 부주석은 "나는 이번 선거에서 존 리를 지지했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 전 부총리는 차기 행정장관의 능력을 확실히 갖췄다"며 "2019년 홍콩이 혼란과 싸울 때 그가 모든 어려움과 맞서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용기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의 '결과 지향적인 접근'에도 동의한다.

그것은 홍콩이 주택 문제 같은 고질적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초우 부주석은 일국양제의 변화에 대해 "나는 실제로 어떠한 변화도 보지 못했다"며 "즉, 서방의 전문가들이 홍콩에서 자유와 권리가 박탈됐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홍콩국가보안법 제정과 우리의 선거제 개편 이후 홍콩에는 혼란, 깊은 분열과 반대되는 안정과 안전한 환경이 회복됐다"며 "우리의 권리와 자유는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굳건하게 보장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는 홍콩특별행정구가 일국양제 아래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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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종심 법원 [사진=AFP/연합뉴스]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 더 강력한 공안정국 시작되나…"中, 스트롱맨 골랐다

 

 

 

 

 

 

일국양제' 지탱한 절차와 법규 위협 가능성 제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차기 행정장관으로 경찰 출신 강경파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더욱 강력한 공안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이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아 행정관료 출신 문민 통치 시대가 끝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점점 쇠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홍콩을 자유롭게(FREE HK)'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안팎 위협에 맞설 '스트롱맨' 원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다음 달 8일이지만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친중 진영의 단결된 지지 속 단독 출마하면서 이미 결과는 나온 셈이다.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그는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출마를 위해 결집한 선거위원의 지지표가 과반을 넘어섰다.

 

경찰 출신으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이후 홍콩국가보안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한 리 전 부총리가 출마를 선언하고 단독 출마가 확정되기까지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역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수개월 걸리던 과정이 이번에는 단 며칠 만에 끝났다.

존 리가 잠재 후보에서 단독 후보가 된 속도는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중국이 직면한 압박이 고조되고, 영국과 미국이 홍콩에서 시민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으로 인해 중국이 그에 맞서 싸울 '스트롱맨'을 고르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윌슨 찬 중문대 국제관계 전문가는 "스트롱맨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계속되고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난 홍콩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딜레마 속에서 존 리의 강경함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결과를 성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고 분석했다.

 

친중 진영에서는 홍콩 반환 25주년인 올해를 '두 번째 반환' 혹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칭하고 있다.

차기 행정장관은 반환 25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 취임한다.

한 친중 정치인은 SCMP에 "존 리의 중국에 대한 충성심은 경찰과 보안국 경력을 통해 이미 잘 알려졌다"며 "중국 정부는 차기 행정장관의 잠재적 후보로 육성할 계획하에 지난해 그를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리 전 부총리는 행정장관이 되면 중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두겠다고 공약했다.

2020년 6월 중국이 직접 만든 홍콩국가보안법 이후 민주 진영 주요 인사를 포함해 170여명이 체포되고 많은 사회단체와 언론사가 문을 닫아 공안정국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법을 보완하는 법을 우선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홍콩국가보안법이 반대파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홍콩 야권에서는 해당 법의 '레드 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홍콩집회와 성조기(홍콩=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19년 12월 12일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찰국가' 우려 속 일국양제 운명은 어디로

 

홍콩은 마카오와 함께 중국의 양대 '특별행정구'로, 중국은 두 지역이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다스려진다고 말한다.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25년간 홍콩 행정장관은 친중 기업인 출신이나 오랜 경력의 행정관료들이 맡아왔다.

'관료주의'나 '친기업 행보'의 병폐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들이 절차와 법규를 중시한 까닭에 그나마 일국양제가 유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리 전 부총리는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행정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절차와 법치가 무시되고,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교수는 리 전 부총리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면서 홍콩 경찰을 사람들이 존경하는 조직에서 가장 경멸하는 조직으로 전락시킨 책임이 있다며 그의 행정장관으로서의 능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지금 홍콩이 원하는 지도자는 사회의 신망을 얻으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소위 '고도의 자치'라는 유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게 사회를 단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며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골랐지만, 홍콩인들은 캐리 람 치하에서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덜 보살핌을 받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 리는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결과를 위해 관례와 규칙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라우시우카이 부회장은 "중국의 입장에서 다음 5년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국양제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데, 존 리 치하에서 순조롭게 이행되면 일국양제는 2047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지난 6일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존 리 정무부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허울뿐인 ‘일국양제’ 홍콩… 차기 행정수반 친중 강경파 차지할 듯

 

차기 홍콩 행정수반을 친중 강경파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허울뿐인 ‘일국양제’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에서 강경파 행정수반이 앉으면 명목만 이어가고 있는 민주 진영의 씨를 말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진압해 승진한 경찰 출신 존 리(64) 정무부총리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중앙 정부가 사직을 수용하면 행정장관 선거 출마 준비를 할 계획”고 밝혔다.

 

SCMP는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일부 선거위원들을 소집해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앙 정부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존 리 한명 뿐이라고 알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리 부총리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경찰 및 보안 분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무부총리에 올랐다. 1977년 경찰에 입문한 그는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돼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를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

 

SCMP는 대표적인 강경파인 그가 행정수반이 되면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명보는 “중국 정부는 리 부총리의 국가안보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높이 사고 있으며, 차기 행정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는 ‘철인’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지난해 5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행정장관 선거다.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위에서 간접선거로 뽑는다.

지난해 9월 선거를 통해 선거위는 친중파가 완벽하게 장악했다.

중국 정부가 낙점한 인물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초 3월 27일이었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된 이번 선거의 출마 지원자 신청은 3∼16일 진행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은 왜 베이징이 찜한 차기 지도자에 긴장할까

 
 

 

 
 

존 리(리쟈차오), 65살, 홍콩 특별행정구 전 정무부총리.중국 공산당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차기 지도자를 놓고 홍콩 시민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가 경찰로 잔뼈가 굵은,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민주 진영 탄압에 앞장선 안보 전문가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20년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도입한 이래 급속하게 줄어든 홍콩의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홍콩의 20~40대 시민 3명에게 존 리 전 부총리와 그의 홍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20대 여성 “홍콩이 경찰국가가 됐다”

오는 5월8일 선거인단 1463명의 간접선거로 뽑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현재까지 후보 등록을 한 이는 존 리 전 부총리 한 명이다.

홍콩과 대만 언론은 그의 단독 출마와 당선을 예상한다.

20대 여성 로라 림(가명)은 존 리 전 부총리가 홍콩 지도자가 되는 것은 “홍콩이 경찰력이 핵심인 사회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존 리는 1977년 경찰에 입문해, 2017년 보안부장(장관)에 오르는 등 안보 분야에 특화됐다.

림은 “최근 몇 년 동안 홍콩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찰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이후 경찰이 정치적 영향력까지 갖게 했다.

 

존 리가 행정장관이 되면 이런 상황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3월 홍콩 범죄인을 중국에 넘길 수 있게 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반대 시위가 시작해 그해 내내 지속했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은 9월 송환법 폐지를 약속했고, 이는 ‘베이징’이 그에 대한 신임을 거두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3월 중국 공산당은 홍콩 민주세력에게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홍콩보안법을 서둘러 도입했다.림은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오히려 경찰력을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됐다”며 “베이징은 홍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림은 이어 “홍콩보안법 도입 당시 존 리는 경찰을 책임지는 보안장관이었고, 경찰은 국가보안과를 만들어 법 집행에 나섰다.

경찰 국가보안과는 지금까지 (홍콩 민주진영 인사)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며 “(존 리가 지도자가 되면) 홍콩 정부의 강경노선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고, 이는 민주진영과 시민 사회, 언론 등에 나쁜 소식이다”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 진영의 대표 인사로 <핑궈일보> 설립자인 지미 라이가 지난 2020년

12월 재판을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30대 남성 “베이징이 홍콩 접수하는 마지막 단계”

 

30대 남성 마크 후(가명)는 ‘존 리의 홍콩’이 현 행정장관인 ‘캐리 람의 홍콩’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리 람은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 4일 “가족 때문”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후는 “누가 행정장관이 되든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겠지만,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경력을 쌓아와 결과에 이르는 방법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리 람은 1980년 공무원이 돼 규칙 내에서 단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관료로 훈련받았다.

 

물론 그는 홍콩의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았고, 반대로 그 허점을 잘 찾아냈다”며 “존 리는 행정 관료가 아닌 경찰로 경력을 쌓았다.

행정 서비스와 경찰의 업무는 많이 다르다. 그가 행정 체제를 우회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존 리는 지난 11일 홍콩 내 여러 단체를 만나면서 “‘결과 지향적인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여러 관료주의적 절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대중은 결과를 더 빨리 볼 수 있고 ‘혜택을 받았다는 느낌’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는 “홍콩 사람들은 최근 몇 년 새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함을 겪거나 목격했고, 이 상황에 대해 절망하는 한편 무감각해지고 있다”며 “상당히 비관적인 얘기지만 불행히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존 리가 차기 행정장관이 되는 것은 베이징의 직접 통치가 공식적으로 홍콩에 상륙하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징이 홍콩을 접수하는 마지막 단계인 것 같다”며 “홍콩이 자치권을 완전히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향후 50년 동안 외교·국방을 제외한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고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른바 ‘일국양제’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뒤엎고, 2020년 홍콩 보안법을 도입하는 등 일국양제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출법을 개정해 중국 공산당이 원하지 않는 후보의 출마를 사실상 봉쇄했다.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현재 출마선언을 한 존 리 전 정무부총리 외에 다른 후보자가 출마선언을 하지 않는 것은 현재와 같은 규칙 아래서는 중앙 정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선거위원회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40대 남성 “빈부 격차, 노동문제 등 어떻게 해결할지”

 

40대 남성 브라이언 황(가명)은 존 리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존 리는 공적인 행정이념에 대한 깊은 경험이 없다”며 “경제 문제나, 빈부 격차, 노동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황은 “존 리는 경찰 출신으로 복종을 중시하는 강경한 분위기에서 일해왔다”며 “홍콩이 권위주의 체제로 한 발짝 더 향하게 될 것이고, 이는 시민 사회와 민주·자유의 가치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존 리의 공격적인 성향에 대한 우려도 컸다.

 

황은 “존 리는 최근 몇 년 새 보안장관으로서 민주진영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공격했다”며 “그는 민주진영의 입법회 선거 계획을 두고 ‘악랄한 계획으로 정부를 마비시키고 홍콩을 멈춰세우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비시> 중문판은 6일 그의 행정장관 출마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 “존 리는 2019년 시위 도중 한 여성이 (경찰에 의해) 오른 쪽 눈을 공격당하자 ‘현장에서 스스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진압 방식에 대해서는 ‘살인에 이르는 무력이 아니며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홍콩 증권거래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